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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25 13:16
‘공모에 의한 자살방조’…열흘새 11명 숨져 ‘공포’
 
최근 강원지역에서 연탄불을 이용한 동반자살이 열흘 사이 3건이나 연쇄적으로 발생, 남녀 11명이 숨져 충격을 주고 있다. 강원 정선과 횡성, 인제에서 펜션과 차안에 연탄을 피워놓고 집단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이 집단자살을 시도한 이들은 자살 수법과 이동 방법까지 유사해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보여 모방 자살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9시10분께 강원 인제군 북면 한계리 모 휴게소 맞은편 도로에 세워진 카니발 차량 안에서 지모씨(47.속초시)와 이모씨(29.여.전남 여수), 또 다른 이모씨(21.여.경남 양산)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자인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인 송모씨(55)는 `순찰 중 영업을 하지 않은 휴게소 주차장에 차량이 세워져 있어 가보니 차량 안에 연탄 화덕과 함께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숨진 지씨 등은 운전석을 제외한 조수석과 뒷좌석, 중간좌석에 앉은 채 발견됐고 차량은 안팎으로 청테이프로밀폐된 채 뒷칸에는 화덕에 연탄이 타고 있어 연탄가스 냄새가 가득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취업 준비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숨진 20대 여성에게서는 `먼저가서 미안하다. 졸업하면 돈을 벌줄 알았는데 생각과 달라 힘들다`는 취업난을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들은 지난 14일과 15일 서울과 경북 포항에서 각각 SM5 및 카니발Ⅱ 렌터카를 빌린 것으로 파악됐으며, 숨진 이들이 탄 차량이 지난 16일 오후 8시41분께 동반자살한 장소에서 10여km 가량 떨어진 한계리 인근 국도 44호선을 카니발 승용차를 타고 지나간 것으로 CC-TV 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의 주소지가 각기 다른 점으로 미뤄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나 집단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오전 11시54분께 강원 횡성군 갑천면 중금리 김모씨(55)의 펜션에서 객실에 투숙했던 김모씨(26)와 이모양(19) 등 남녀 각각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방안에는 타다 만 연탄이 든 화덕 2개와 함께 김씨 등 남녀 각 2명은 이미 숨진 채 있었고 양모씨(40)는 의식이 있어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날 오후 6시께 펜션에 입실해 이날 퇴실 예정이었으며 변사자들의 주머니에는 `자의로 떠난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지난 8일 오후 2시34분께는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 야영장의 민박집에서 신모씨(35.서울시) 등 남성 2명과 여성 2명 등 모두 4명이 객실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숨졌다. 이 당시도 방안에는 화덕 2개와 타고 남은 연탄 6장, 소주병 등이 발견됐고 자살자들의 옷 주머니에는 `내 의지로 생을 끝낸다`는 내용의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 특히 집단자살로 숨진 이들은 10대 여고생부터 40대까지 남녀가 각기 연령층이 다양해 연관성이 적고 주소지도 전국적으로 제각각으로 일반적인 가족과 연인의 집단자살과는 다른 형태를 보였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 3건의 사건이 연탄불을 이용한 점, 서로 주소지 등이 다른 점, 출입문과 창문 틈을 테이프로 밀폐한 점, 렌터카를 이용한 이동수단 등이 매우 유사한 점 등으로 미뤄 인터넷 자살사이트 등을 통해 만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동반자살자들의 주소지가 모두 다른 점으로 볼 때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최근 인터넷이나 개인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자살 관련 수법 등이 여과없이 확산되는 것이 가장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스> 인터넷 자살 공모 막을 수 없나

자살 관련 온라인 유해사이트 모니터링 기관인 한국자살예방협회에 따르면 자살 유해사이트 신고 건수는 2007년 491건에서 2008년 76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의 경우 이달 현재까지 이미 267건이 신고돼 인터넷 검색만 하면 얼마든지 자살에 대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아무런 제재 없이 명백한 ‘자살 사이트’ 개설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자살’이라는 단어를 검색 금지어로 설정해 자살 사이트는 물론이고 카페나 블로그 개설이 거의 불가능해졌음에도 지식검색 같은 방법을 통한 자살 모의는 더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이날 현재 네이버 지식 검색을 통해 ‘죽는 방법’을 주제어로 입력하면 무려 8만2604건의 글이 화면에 뜬다. 죽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달린 답변 글에는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같이 죽고 싶으니 연락처를 쪽지로 남겨달라는 식의 대답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살사이트 개설에 대한 단속이 이뤄진 결과 직접적인 형태의 ‘자살 사이트’는 사실상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신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적으로 쪽지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자살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동반자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자살 유해 사이트 관련 모니터링을 하는 기관들은 수법 자체가 교묘해져 모니터링이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자살 관련 정보 심의현황을 보면 심의 건수는 2007년 870건에서 2008년 189건으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인터넷 사이트에 시정을 요구한 건수도 806건에서 99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자살 관련 정보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수법이 교묘해지고 은밀해져 잡아내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통위 불법정보심의팀의 한 관계자는 “통계만 보면 자살 관련 심의 건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쪽지나 이메일을 통해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등 수법이 지능적이어서 모니터링하기 어려워진 결과”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포털업체 스스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동반자살과 더불어 ‘모방 자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유명 탤런트가 차 안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자살한 이후 동일한 방법을 이용한 동반자살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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