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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23 23:18
‘강원도 자살괴담’ 열흘 새 11명이 황천길로…집단자살자들, 죽기 전 이런 행동 꼭 한다
 

강원도가 최근 끔찍한 집단자살 괴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들어서만 열흘 사이 무려 12명이 집단자살을 기도해 그 중 11명이 목숨을 잃은 까닭이다. 자살을 시도한 이들은 10대~40대 남녀로 평소 일면식이 있는 사이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흔히 말하는 ‘인터넷 자살모임’에서 만나 마지막 길을 함께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사망자들의 주머니에서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자필 유서가 발견돼 이들이 타살되거나 협박을 받았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삼척에서 20대 남녀 3명이 동반자살한 뒤 벌어진 일련의 집단자살 사건은 ‘강원도 자살괴담’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심각하다. 불과 넉 달 사이에 14명이 목숨을 잃은 ‘마(魔)의 도시’로 변해버린 강원도는 더 이상의 사망자를 막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은 왜 마지막 장소로 강원도를 선택했을까. 그리고 집단자살을 기도하려는 이들의 행동에 특별한 징후는 무엇일까. 강원도 집단자살 사건과 관련된 의문점을 파헤쳤다.


바다와 풍경이 자살 부른다?


자살 싸이트를 소재로 한 영화 '4요일'중 한 장면.


11명이 죽어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열흘이었다. 최근 강원도 펜션과 민박집에서 각각 남녀 4명과 5명, 3명이 집단자살을 기도해 그 중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이들 동반자살 사건은 자살방법과 유서의 일부 문구까지 비슷해 모방자살일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9시경 강원도 인제에서 20대와 30대 남녀가 차안서 숨진채 발견됐다. 이틀 전인 지난 15일 오전 11시 50분경에는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중금리의 한 펜션에서 김모(26·경기도 성남)씨 등 남성 2명과 대전 모 여고 2학년생 나모(17)양 등 여성 2명 등 투숙객 4명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들과 함께 투숙한 양모(40·서울)씨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위독한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펜션 출입문과 창문 틈을 청테이프로 완전히 막은 뒤 연탄불을 피워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탤런트 故 안재환씨가 사망한 정황과 상당히 흡사하다.

숨진 김씨의 주머니에서는 ‘가족에게 미안하다. 타의가 아니라 자의로 간다’는 내용의 유서가 나왔다. 미성년자인 나양 역시 ‘더 이상 짐이 되기 싫다. 엄마, 언니 마지막까지 속 썩여 미안해’라는 유서가 발견됐다.

이들은 지난 13일 서울에서 렌터카를 타고 횡성으로 출발해 다음날 오후 문제의 펜션에 투숙했다. 경찰은 이들의 주소지가 다른 점으로 미뤄 인터넷 자살 관련 사이트를 통해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오후 3시 30분경에는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의 한 민박집에서 신모(35·서울)씨 등 남녀 4명이 똑같은 방법으로 동반자살을 기도해 모두 숨졌다. 이들이 숨진 객실에서는 ‘강요가 아닌 내 의지로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강원도 삼척에서 20대 남녀 3명이 차 안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자살을 기도해 모두 숨지는 일도 있었다. 강원도에서만 넉 달 새 무려 11명이 똑같은 수법으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유독 강원도에 자살사건이 집중되는 것은 넓은 바닷가가 인접해 있고 산악지역인 데다 풍경이 훌륭해 펜션 등 숙박업소가 많아 자살 장소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수도권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실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살사이트 등에서 동반자살 장소로 강원도를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자살사이트 대신 블로그 대세

집단자살을 공모하는 공간으로 여전히 인터넷이 주된 창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살사이트 등 자살 관련 커뮤니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난 2000년 이후 감시 작업이 활발해져 관련 사이트의 수는 확연히 줄었다.

그러나 최근 포털사이트의 지식검색이나 블로그, 쪽지 등이 새로운 자살공모 창구로 급부상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자살유해환경 모니터링 결과 전체 자살조장 게시물 중 절반을 훌쩍 넘긴 557건(66%)이 포탈사이트 지식검색 서비스에서 발견됐다. 또 개인 블로그에 올라온 유해게시물도 109건에 달했다.

문제는 블로그나 지식검색으로 자살을 공모할 경우 이를 외부에서 알아차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공개된 사이트에 올라온 글은 검색을 통해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개인이 주고받는 쪽지로 연락을 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게 치명적인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집단자살을 만드는 4가지 요소

집단자살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끼리 일종의 ‘협정’을 맺는 것이다. 이 협정은 크게 4가지 요소로 이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첫째는 한 가지 이상의 자살동기가 확실히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저마다 현실에서 겪던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다 죽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셋째는 죽을 장소를 정하고 유언을 남기는 등 자살을 ‘의식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넷째는 같은 방법으로 여러 사람과 함께 목숨을 끊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쉽게 말해 집단자살의 심리는 횡단보도에서 평소 혼자일 때는 빨간불에 길을 건너지 않지만 몇 사람이 모이면 쉽게 무단횡단을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에게 있어 죽음은 컴퓨터의 리셋(Reset)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꼬여버린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열망에 죽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사람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목숨을 건 비겁한 도피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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